일정에 늦어 발걸음을 재촉하던 길,
휠체어가 눈에 들어왔다.
도로와 인도 사이 경계,
앞뒤로 흔들리며 위태롭게 멈춰 서 있던 휠체어.
주위엔 굴러다니는 사과 몇 알,
두 동강 난 참외 하나.
잠시 멈춰 서서 주워 드릴까요 하고 묻자,
그분은 고개를 끄덕이셨다.
음식물쓰레기통에 버리고 돌아오니,
그분 손엔 사과와 참외가 있었다.
고맙다며 내민 손,
고개를 저었지만
다시 권하시는 마음에 결국 받았다.
말을 더듬으시며
지인이 직접 길러낸 것이라 말씀하셨다.
내 손에 느껴지는 촉감은 시원했지만,
마음속 느껴지는 따뜻함이 있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일정은 좀 늦었지만 괜찮다.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도
따뜻한 마음 하나만은 놓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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