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은 약간의 불편함을 안겨주는 작품이면서도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주인공 요조의 삶을 따라가면서, 그의 고통에 공감이 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가 쓰고 있는 가면과 스스로를 비하하는 태도가 너무나 위선적이고 모순적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특별하고 우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모든 것이 거짓과 위선이라고 말하는 행위" 자체가 또 큰 위선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책을 모두 읽고 나서 작품 해설,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읽었는지 찾아보니 조금이나마 왜 이 책이 현재까지도 많이 읽히고 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인간실격'은 영웅이나 바른 인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위선적인 행동을 멈추지 못하고, 그 속에서 끝없이 고뇌하고 파멸해 가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처절하게 그려냅니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사회적 불안, 가면 증후군, 그리고 진짜 자신과 타인에게 보여주는 모습 사이의 괴리를 기분 나쁘게 마주하게 됩니다.
특히, 요조가 그린 기괴하고 무서운 도깨비 그림은 이러한 내면의 분열을 상징한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인에게는 익살스럽고 친절한 가면을 쓰고 자신을 숨기지만, 그림이라는 내면의 거울을 통해서는 자신이 세상에 속하지 못하는 추악한 '괴물'이라는 고통스러운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죠. 그 도깨비는 세상에 대한 요조의 공포이자, 스스로를 향한 혐오의 표현이었습니다.
또한 이 소설이 다자이 오사무의 실제 삶과 닮아있다는 점은 작품에 깊이를 더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자서전이 아니라, 작가가 자신의 경험에서 가장 핵심적인 감정들만을 골라내어 문학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큽니다. 요조는 대학을 가지 않았지만 다자이는 대학을 다녔듯, 작가는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옮기기보다, '인간의 실격'이라는 주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요조라는 인물을 창조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인간실격'은 읽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고, 때로는 비판하고 싶게 만드는 힘을 가진 작품입니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불편함을 느끼도록 하고 비판하고 싶게 만드는 것 자체로도 대단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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